어우렁 문학 습작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어우렁
2010. 5. 22. 08:35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국립 현충원에 있는 추모상)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6월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포열속에서
6월의 신록보다
더 짙은 붉은 피를 뿌리며
산과 들을 헤메고
강을 건너
아무런 미련도 없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냥
하나의 생명을
허공에 던져 버려야 했던 것을
(전쟁박물관 소재)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내가족의 사랑보다
더 뜨거운 조국애를 위해
동포애 보다
더 뜨거운 전우애를 위해
추위와 더위를 참아가며
굵주림에 허덕이는 배를 움겨쥐고
그들은 그렇게 시작했고
그들은 그렇게 끝이 난다해도
그냥
하나의 육신을
흙속에 물속에 던져 버려야 했던 것을
(국립묘지에 있는 전사자 명단 석판과 조화들)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압록강 강변에서
해산진 어구에서
죽음보다 더 귀한
명예를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한과 분노를 가슴에 쓸어담고
떨어지는 꽃잎처럼
삭풍에 낙엽처럼
그냥
홀로 쓸쓸히
쓰러져간 그들의 영혼을
(전쟁 영웅 흉상들, 전쟁박물관 소재)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4월의 함성속에
무너진 정권을
5월의 핏자국마다
피어난 민주의 꽃을
자유와 진보가 물결치고
개혁과 혁신이 용솟음치는
이 시대에 젊음들을
이 시대에 군상들을
그냥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거칠고 힘든 삶들을
(6.25 당시 국군인 형과 인민군인 동생의 만남 동상, 전쟁박물관소재)
너희들이 조국을 아느냐
세월이 흐른뒤
6월의 어느날
동작동 골짜기에
한줌의 재가 되어
지난날의 인고의 시간과 대화하는
수천 수만의 위령들이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그냥
하나의 비석이 되어
오늘에 서 있는 모습을
어느해인가 동작동 국립묘지에서~~